머릿말
저는 UNIST의 해킹 및 개발동아리 HeXA의 회장을 하고있어요. 이제 1년 됐네요.
원래는 매 학기 토이 프로젝트 활동만 있는 동아리였는데, 신입부원이 정착을 잘 못하더라고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1학기에 저는 이곳에서 뉴비 교육프로그램(부트캠프)과 대회(최마진)를 기획하고 진행해봤어요.
결과부터 적어보자면, 이 프로그램들은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었어요.
이를 이끄는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게 많아서 블로그에 글을 적어봐요.
해당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을 서술하면서, 한 동아리를 운영하는 회장으로서 했던 고민들과 제 나름대로 찾아낸 답들을 주저리주저리 적어볼게요.
계기
올해 1월에 제가 소속돼있던 연구실에서 KAIST로 워크샵을 갔어요.
근데 거기서 우연히 KAIST의 개발단체인 SPARCS에 소속돼있는 학부연구생을 만났습니다.
제가 HeXA의 부회장을 맡았던 1학년때, 코로나를 거쳐오면서 반죽음상태가 돼버린 동아리를 어떻게 살릴지 고민하면서 타학교 IT동아리들을 대대적으로 조사했었는데요, 그때 SPARCS를 많이 눈여겨봤었어요.
KAIST학우를 대상으로 다수의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고있는 개쩌는 개발단체니까요.
그래서 워크샵 끝나고서 SPARCS 오피스를 놀러가도 되냐고 여쭤보니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오피스에 놀러가게 되었습니다.
SPARCS오피스에서 5시간 좀 넘게 머무르면서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고 일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었어요.
임원마다 명함도 있고 오피스도 널찍하고 서버실도 따로있고... 아주 신세계더라구요.
SPARCS에서 해커톤 등의 행사를 운영하시는 기획부장(전 SPARCS 회장)님을 인터뷰하면서 신입부원 채용, 교육과 온보딩, 서비스 운영, 업무 분담 등 동아리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마치 회사처럼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매우 인상깊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운영 시스템을 우리 동아리에도 적용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새 활동 기획하기
제가 새로운 시스템을 우리 동아리에 적용하기로 결심한 자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 2021년도부터 운영해오던 토이프로젝트 위주 활동방식의 한계를 느꼈고,
- 매 학기마다 동아리원들이 자율적으로 토이프로젝트를 개설하고 참여하면서 결과발표만 하는 방식이에요.
HeXA는 앱개발, 웹개발, 게임개발, 해킹 등 컴퓨터에 관한 모든 분야를 다 하는 종합 컴퓨터 동아리이기 때문에, 이와같은 활동 방식이 다양한 분야를 한번에 운영하기엔 적합할 수 있어요. 그래서 3년간 이대로 운영을 했구요. - 하지만 이러한 활동방식은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가지고있습니다.
- 각 토이프로젝트 팀의 동기부여를 유지하기 힘들어요. 자율 활동이기 때문에 학기 중간쯤부터 팀들이 흐지부지되기 시작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 학기에 프로젝트 1개 참가 필수, 충족 못할 시 제명'이란 제도를 운영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명단을 관리하는 데에 들어가는 행정력이 너무 소모적이고 이런 제도가 동아리 활동 활성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것 같아서 제가 회장하면서 삭제했습니다. 동아리 회원과 비회원의 바운더리는 느슨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회원 등록이 돼있더라고 적극적으로 참가하지 않는 사람은 동아리원으로서 얻어갈 수 있는 베네핏을 얻어가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우리의 행정력을 소모해가면서까지 제명을 할 필요는 없겠더라구요.
-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아요. 우리가 사람들에게 월급을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순수한 동기부여가 없는 이상 프로젝트를 자발적으로 개설하지 않습니다. 우리 동아리에는 초보자들도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개설된 프로젝트를 아무리 홍보를 해도 너무 어려울까봐 지레 겁먹고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겁만 먹으면 아무 실력도 늘지 않는데 말이에요. 생각보다 등떠밀어주는 사람 없이 스스로 일을 하는 사람은 정말정말정말 귀해요.
- 저희 동아리에는 실제로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있는 프로젝트들도 몇개 있는데, 일반 프로젝트와 똑같이 관리하다보니 인력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다들 겁을 먹고 지원을 안 해요.
- 프로젝트 팀별로 쌓이는 데이터가 없어서 장기적인 활동 방식의 고도화가 이뤄지지 않아요. 프로젝트를 한 학기 진행하고 사라지면 그 뒤로는 또 새롭게 처음부터 진행하게 돼요.
- 각 분야를 더 깊이 있게 탐구하기 시작하려면 결국 각 분야에 맞는 활동 방식이 필요해요.
- 매 학기마다 동아리원들이 자율적으로 토이프로젝트를 개설하고 참여하면서 결과발표만 하는 방식이에요.
- 전년도인 23년도의 뉴비 잔류율이 좀 씁쓸했기 때문에, 새롭게 뉴비를 붙잡을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 기존에는 뉴비들도 기존 회원이랑 똑같이 취급해서 '알아서 관심있는거 찾아서 참가하세요~'했는데, 이러니까 그냥 한학기 스터디 깔짝 듣고 사라지더군요... 물론 원래 사라질 사람은 사라지기 마련이고 그 사람들은 애초에 붙잡을 수 없는 건데, 붙잡을 수 있을 사람도 사라지게 방치해둔 것 같아서 앞으로 잔류율의 개선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 근데 가장 중요한 거는, HeXA의 1학기 회원수가 90명 언저리쯤 되는데, 이런 큰 단체를 이끄는 경험은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했어요.
- 여기에서 원래 없던 활동 방식을 기획한 뒤에 이 단체에 적용해보고 경과를 지켜보는 이런 일련의 경험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거를 배워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솔직히말하면 저의 가장 메인 동기는 경험치 쌓기였어요. 순전히 기획을 위한 기획이었고, 운영경험을 쌓기 위해서 많이 모험적인 시도들을 하려고 했습니다 ㅋㅋㅋ. 만약 여기서 뭔가가 엇나간다고 하더라고 일개 동아리이기 때문에 큰 타격도 없을 거였어요. 그래서 어떻게하면 팀 운영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최대한 많은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고 경험적으로 학습을 하고싶었어요.
- 리더로서 실수를 마음껏 해볼 수 있는 이런 기회는 진짜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어요. 회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경험의 뽕을 뽑고싶었어요. 지금 실수를 최대한 많이 하면서 많은걸 배워둬야 나중에 사회나가서 리더의 직책을 받았을 때 실수를 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 걍 재밌잖아요? :D
물론, SPARCS의 활동방식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해도 SPARCS의 시스템을 그대로 들고올 수는 없었죠.
이유는 다양한데,
- 두 단체의 인원의 규모가 다르고,
- 두 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성향과 해왔던 경험도 다르고,
- 동아리원들이 우리 동아리에 기대하고 있는 것도 다르니까요.
그래서 SPARCS를 갔다오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동아리 간부진들을 소집하고 회의를 진행했어요.
스팍스의 뉴비 교육 프로세스를 우리에게 맞게 변형해서 가져오려면 우리 동아리가 어떤 동아리인지 정의내려야만 하겠더라구요.
그 결과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아요.
- HeXA는 어떤 동아리인가?: 뉴비 친화적 & 병신들을 위한 편안한 안식처.
- 뉴비 친화적
- HeXA는 UNIST유일의 컴퓨터 동아리입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 컴퓨터에 관심있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씩 거쳐가는 동아리에요. 그래서 HeXA를 구성하고있는 회원중엔 초심자분들이 상당히 많고, 우리 동아리 활동을 기획할 때에는 이러한 회원분들의 실력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헥사와 달리 스팍스는 신입채용때부터 실력자들 위주로 가려서 뽑기 때문에 좀더 전문적인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죠.
- 병신들을 위한 편안한 안식처
- 어... 음 ㅋㅋㅋㅋ 이건 우리끼리 자조적으로 적은 거긴 한데, 컴퓨터 하는사람들은 원래 좀 다 특이하거든요. 그리고 참 신기하게 컴퓨터를 좋아하면 몸이 어딘가 하나씩 아파요. 빼빼 마르다던가, 많이 뚱뚱하다던가, 정신질환이 있다던가, 간이 안 좋아서 술마시면 literally 죽는다던가, 밀가루 먹으면 쇼크가 온다던가, 저처럼 발이 평평하다던가... 그래서 이런 특이한 체질을 가진 너드들이 모였을 때 나오는 이 분위기와 감성은 정말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런 우리랑은 다르게 스팍스 사람들은 다 말짱해보였단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원래 우리 동아리도 좀 더 말짱하고 엘리트스럽게 변모하기로 결심했었어요. 근데 회의때 간부진 친구들이 많이 반대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던 거에요. 헥사의 이런 너드미 넘치는 모습을 배제하고싶지 않다고요 ㅎㅎ. 듣고보니 맞는 이야기같아서 저도 수긍을 했어요. 리더가 이미 모여있는 사람을 배제해서는 안 되지요.
- 뉴비 친화적
근데, 다 지나서 하는 얘기인데, 이제보니 우리가 어떤 동아리인지 정의를 그렇게 잘 내려둔 것 같진 않네요 ㅋㅋ.
앞서 내려둔 정의가 일을 기획할 때에도 필요하지만, 어떤 일을 집중해서 추진하다가 길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인데, 결과론적으로 한 학기동안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앞서 내려둔 정의를 별로 참고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내용도 길 잃었을 때 별로 도움 안될 것 같은 이야기들임...ㅎ
아무튼 위 정의를 바탕으로 신입부원 교육 프로그램을 한 학기에 걸쳐서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름은 "헥사 부트캠프"라고 지었어요.
마무리로는 해커톤을 1회 진행하구요. 해커톤 이름은 "최종_최종_마지막_진짜마지막.exe"입니다. 부트캠프 마지막에 진행하는 행사라서 이름을 이렇게 지었고, 줄여서 "최마진"이라고 부릅니다. (어차피 동아리 차원에서 진행하는 대회니까 이름을 너무 딱딱하게 지을 필요가 없었어요. 라고 제가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ㅋㅋㅋ. 아예 막무가내로 이렇게 정한 건 아니고, 먼가 이렇게 병맛인 요소를 하나씩 첨가해둬야 이후에 생겨날 활동들에도 창의성이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생길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 동아리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이 새로운 활동들을 기획했었는데, 아래에는 부트캠프와 최마진의 초기 기획과 이와같이 기획한 사유에 대해서 서술해볼게요. 우리 동아리가 "초심자" 가 많고 "다양한 분야" 를 하고 기존에는 "매 학기 프로젝트 기반 활동" 만 해왔고 "서비스 운영" 도 하는 동아리라서 좀 고려할 게 많았어요.
- 부트캠프
- 기존 프로젝트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들과 분리해서 활동
- 인원조사도 따로 했고, 공지를 위한 톡방도 따로 팠어요. 서로 활동하는 모습이 너무 다르고, 부트캠프 참가 인원 대상으로만 공지해야할 일이 격주마다 있을 예정이었으니까요.
- 개강총회 후 처음 2주간 공통과정 진행
- git, wsl, linux, vscode setup 등 처음 시작할 때 필요한 공통적인 도구와 개념들을 알려주는 수업입니다.
- 이후 2주에 동안 진행하는 선택과정 2회 진행
- 분야는 게임개발, 프론트엔드, 백엔드, 해킹이 있었습니다. 인공지능도 수요가 많았는데 멘토를 못 구했어요...ㅠ
- 2주간 진행되는 동일한 커리큘럼을 2회 반복해서 가르치기로 한 이유는, 헥사가 종합 컴퓨터 동아리인 만큼 자신이 어느것에 관심이 있는지 모른 채로 들어온 친구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회차와 2회차에 각자 관심있는 서로 다른 분야 선택해서 찍먹해보면서 본인이랑 맞는 분야를 찾아보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진행하였습니다.
- 근데 깊이있는 내용을 가르칠 수는 없다는 문제가 있어서 내년에 진행할 때는 이 방식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고민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또 이대로 해도 괜찮을 것 같긴 해요 ㅎㅎ.
- 선택과정 1회차에는 프로그래밍을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기초 프로그래밍 수업도 열었어요.
- 생각보다 수요가 없더라구요... 다음번엔 안 열고 공통과정에서 통합해서 진행할 듯요?
- 선택과정 2회가 끝나고서는 선택심화과정 1회 진행
- 원래는 선택과정을 3회 반복하려고 했는데, 위에 적었던 것처럼 심화된 내용은 절대 못 가르치겠더라구요.
- 우리가 원래부터 부트캠프 마지막에 최마진이라는 대회를 배치하기로 했었기 때문에 2주간의 시간만으로는 대회를 진행할 수 있는 실력으로 키우기에 무리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2주간은 각자 재밌었던 분야 하나를 선택해서 심화수업을 듣도록 함으로써 최마진이라는 대회를 잘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 기존 프로젝트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들과 분리해서 활동
- 최마진
- 그동안 부트캠프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결과물을 만드는 경험을 주기 위해 부트캠프 마지막에 이 대회를 배치하였어요.
- 2주간 진행
- 나중에 가서 일정상 문제로 1주로 줄었어요.
- 분야: 앱개발(프론트+백), 게임개발, 해킹
- 결과물을 마감일 자정까지만 제출하면 되는 공모전 형식
- 마감일에는 오후 두시부터 자정까지 다같이 모여서 해커톤처럼 개발하며 마감을 향해 달려가는 행사를 진행 = "최마진 마감열차"
- 우리 동아리 상황을 고려하며 대회를 만들다보니 참 특이한 대회를 기획하게 됐어요.
- 기본적으로 공모전인척 하지만 마지막 날은 해커톤이고, 분야도 많이 동떨어져있는 세개를 한번에 진행합니다 ㅋㅋ.
- 공모전의 형식을 취한건 사람들에게 공부하며 개발할 시간을 넉넉히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근데 아무래도 넉넉하게 시간을 주면 집중도가 그리 높지 않죠. 심한 경우에 미루고 미루다가 아예 결과물 제출을 안 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해커톤의 이점도 취하고 싶었습니다. 해커톤은 다같이 한 곳에 모여서 개발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행사니까 집에서 귀찮아서 안 하던 사람도 행사장에서는 개발을 하게 되겠죠. 그리고 한 곳에 모이도록 기획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멘토들의 멘토링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에요. 경쟁이 아니라 학습을 위한 해커톤인 만큼 멘토들은 멘티들이 결과물을 제 시간 안에 무사히 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코칭해줘서 참가자들이 막혀있던 부분을 빨리빨리 해소해주면서 마감을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도와주는 이런 행사가 최마진 끝부분에 하나 있어야 했습니다.
- 아 참고로 해킹분야는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공모전을 진행하진 았았고, 최마진 기간동안 CTF를 진행했어요. 즉, 최마진은 공모전과 해커톤과 CTF를 짬뽕시킨 괴상한 대회에요 ㅋㅋㅋ.
- 시상: 분야별 + 서비스별
- 시상이 사실 최마진을 기획한 실제 이유입니다. 우리는 신입부원들을 교육하고서 땡 하고 방치해두려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하고있는 활동에 계속해서 참여를 유도해야 하죠. 교육 받았으면 이후 활동도 잘 참여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제 경험상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교육받은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서 활동을 권유해야만 참가합니다.
- 그래서 시상에는 불순한(?) 의도를 숨겨두었는데, 그게 뭐냐면 각 서비스 담당자들이 마음에 드는 친구들에게 상을 주고 각자 팀에 데리고 가는 거에요. 위에서 토이프로젝트 위주 활동방식의 한계에 대해서 서술하면서 사람들이 겁을 먹고서 프로젝트에 지원을 안 한다고 했었죠? 이 문제를 제가 해결해보려고 지난 1년 반 동안 간부진을 하면서 '겁 안먹어도 되고 과감하게 도전해보라'면서 프로젝트 홍보도 열심히 했었는데, 하면 할 수록 사람들이 가지는 '겁'은 절대로 이런 방식으로는 해소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런 약한 유인책으로는 사람들이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도전하게 만들 수 없어요. 아무리 홍보를 많이 해봤자 사람들은 '아 나는 잘 모르니까 이 프로젝트는 참가 못 하겠다'하고 말아요. 그렇기 때문에 심사위원에 서비스 담당자들을 넣고서 마음에 드는 친구들을 데려가도록 하는 것까지가 부트캠프와 최마진 기획의 완성이었습니다. 시상식날(=종강총회때 진행) 수상자들에게 상도 주고 밥까지 사주기로 처음 기획할때부터 정해놨었어요(당시 회의록 보니까 메뉴까지도 정해놨네요ㅋㅋㅋㅋㅋ). 수상자 입장에서는 상받아서 기분도 좋은데 밥까지 얻어먹으면 왠만해선 도망가기 힘드니까요... ㅎㅎ. 그렇게 여름방학때 각 서비스별로 팀에 새로 들어온 인원들을 위한 온보딩 프로세스를 진행하면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 새롭게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을 관리, 운영하기 위한 기초부를 설립했어요
- 당시에 적었던 기초부 설립 목적
- 신입생 대상으로 프로그래밍의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장차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기르기 위함.
- 신입생이 조금 더 쉽게 우리 동아리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 기초부를 구성하는 사람들
- 기초부장
- 부트캠프와 최마진 운영을 총괄하는 직책으로서 만들었어요. 하지만 의도대로 잘 흘러가진 않았습니다... ㅎㅎ
- 제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이 자리를 맡겼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당시에 '리더로서 "분업"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거든요(스팍스의 체계적인 분업에 워낙 감명을 받았어서...ㅎㅎ).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하게 팀원들에게 주어진 업무의 양의 균형을 맞추는 데에 집중하려 했던 것 같아요. 리더가 로드 밸런서의 역할인 줄 알았던 거죠. 그래서 '회장인 내가 부트캠프랑 최마진의 세부적인 것까지 관리하면 너무 바빠질 것 같으니 담당자 하나를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에 기초부장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 사실 이것까진 좋았어요. 근데 저는 그 후에 두 가지 실수를 범했어요. 첫째는 이 자리가 신입생들이 처음 마주할 프로그램을 가장 처음 총괄하는 정말 중요한 자리인데도 적합한 사람이 누구일지에 관해서 깊이 고민을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떠넘기듯이 자리를 맡긴 것이고, 둘째는 그러고나서 기초부장이 어련히 알아서 잘 관리해주겠지 하고 방치하려고 한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별 고민 없이 기초부장을 맡겼던 사람은 제가 전달했던 업무들을 정말 훌륭하게 잘 진행해줬어요. 하지만 여전히 불행인 것은 제가 기초부장이 무슨 업무를 해야 하는지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거죠 ㅋㅋㅋ. 제가 생각했던 기초부장이라는 직책은 공통과정 수업을 진행해야 하고, 선택과정에 필요한 모든 행정처리를 하고, 부트캠프와 최마진을 성공적으로 총괄해야만 하고... 기초부장이라는 자리가 처음 만들어진 자리이다보니 제가 이런거를 상세히 전달해주고 제대로 굴러가는지 관심을 가지고 관리감독을 했어야 하는데 당시의 저는 그러지 못했어요.
- 멘토들
- 각 분야별 수업을 진행해줄 멘토들이에요
- 서비스 담당자들
- 최마진 심사위원으로서 데려왔어요. 마음에 드는 친구들을 각자 서비스 팀에 데려갈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해주니 다들 흔쾌히 오케이 해주더라구요.
- 기초부장
그렇게 기획을 끝마치고 신입부원을 맞이할 준비가 마무리됐어요.
개강!!
개강후에 기초부장이 개강총회에서 부트캠프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하고, 첫 2주간 공통과정을 진행해주었습니다.
공통과정은 환경 세팅이 메인이다보니 내용이 별거 없어도 생각보다 오래걸렸대요.
그래도 정말정말 고맙게도 시간이 되는 멘토들이나 기존 부원들이 조교를 자처해서 돌아다니면서 막혀있는 친구들을 지도해주었다고 해요.
덕분에 공통과정을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여기서 '내가 리더로서 일을 잘못하고 있구나'를 깨닫게 해준 사건이 하나 벌어져요.
제가 알기로 헥사는 원래 MT를 잘 안 가요. 다들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집돌이 집순이라서 참여율이 저조해요.
술도 잘 안 마시고요.
그래서 저도 올해는 MT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어요. MT를 가게되면 해야 할 일이 너무너무 많아지는 반면 리턴이 너무 적었어요. 컴퓨터 좋아하는 사람은 딱히 MT같은 거 안 해도 알아서 모여들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우리 동아리 간부진중에 한 친구가 MT는 꼭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거에요. 저는 계속 기각했는데, 그 친구가 계속해서 MT를 가야한다고 주장하길래 조건을 걸었어요. 모든 준비는 본인이 하라고요. 그랬더니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본인만 믿으라고 하더라구요. 그 친구가 나름 동아리 간부진을 1학년때부터 1년 가까이 해왔던 친구라서 믿고 맡겼습니다.
근데 MT 3일 전에 큰 이슈가 생겨요. MT가서 구워먹을 고기를 잔뜩 시켰는데, 이게 MT가기 3일 전에 도착해버린 거에요.
가만히 내버려두면 상할 거라서 냉동고가 급하게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비상비상!하면서 기숙사에 냉동고 있는 사람 있냐고 톡을 돌렸고 어찌저찌 냉동고 여기저기에 분산해서 전부 보관하는 데에 성공했어요.
근데 이 과정에서 MT를 왜 그 따구로 준비하냐면서 간부진에게서 질책을 엄청 받았습니다. 그도 그럴만 한 게, 저는 당시에 '분업'에 매우 초점을 맞춘 채 동아리 운영을 해보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MT 준비하는 인원만 모여있는 톡방을 간부진 톡방과 분리해서 소규모로 팠었고, 거기서 모든 준비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나는 사람이 MT준비과정을 검수해줄 수가 없었고 그런 상태에서 MT준비 톡방에 있던 사람들까지도 MT 준비에 관심이 없었어요. 저를 포함해서요. 그래서 MT준비 톡방에 없었던 간부진들에게서 질책을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이 냉동고 이슈를 계기로 MT준비가 잘 돼가고 있었는지 점검을 해봤는데 여기저기 빠진 것들이 많더라구요. MT준비 담당했던 친구랑 저랑 멘탈이 나가서 한 1시간정도 얼빠진 채로 동아리방에 앉아있다가 밤늦게 MT 계획들과 빠져있는 물품들을 다시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아직 MT까지 3일 남았었기 때문에 만회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무사히 MT를 다녀왔습니다.
흠... 지금 적고보니까 MT까지 남은 시간도 충분했고 침착하게 처리했어도 됐을 일 같은데, 당시에는 MT 준비가 이렇게 엇나간 게 MT준비에 관심을 안 가지고 방치해버린 제 탓이라는 생각에 멘탈이 많이 나갔었나보네요 ㅋㅋㅋ. MT일정이 다 끝날 때까지도 멘탈이 나가있었으니까요. 수많은 질책때문에 엄청 정신 없기도 했어요. 그리고 또 30명가까이 오는 MT였으니까 그만큼 중압감이 컸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암튼 이 계기로 리더로서 일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관한 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운영 방식 전환
MT를 한번 개 조질뻔 한 이후로 리더의 일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현재 우리 동아리의 상황을 간부진에게 매주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이름은 "우지머"입니다. "우리 지금 머함?"의 줄임말이에요.
우지머는 간부진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아서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어요.
아무래도 MT때 데인 게 있어서인지 최근까지도 좀 항목을 나눠서 redundant하게 내용을 적어왔는데, 최근들어서 이제 방학이기도 하고 우지머 내용이 너무 길어지니까 간부진들의 주목도가 많이 떨어지더라구요.
이제는 좀 요령이 생겨서 간부진들이 딱 집중해야만 하는 내용만 컴팩트하게 담아서 적고 있답니다.
그리고 또 동아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어요.(생각해보면 이게 메인이었고 우지머는 이걸 위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도 있긴 하네요. 우지머가 '간부진에게 우리 동아리 상황 공유'라는 목적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회장이 우지머를 적으려면 동아리에서 일어나는 각종 일들에 대해서 상세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니까요.)
부트캠프도 자연스럽게 제가 담당해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처음 기획했던 프로그램이고, 어떤 느낌으로 흘러가야할지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모두가 처음 진행해보는 프로그램이다보니 그 누구도 본인이 어떤 식으로 일해야되는지 제가 알려주지 않는 이상 모르는 상태였죠. 그래서 제가 부트캠프 관련된 모든 일에 관여를 해야된다고 생각했어요. 부트캠프가 동아리 차원에서도 엄청나게 중요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더더욱 회장인 제가 관리하는게 맞겠더라구요.
시간이 지나면서 부트캠프를 여러번 진행함에 따라 사람들이 부트캠프가 어떻게 굴러가는 프로그램인지 알게 된다면 그 때는 회장이 기초부장에게 부트캠프 운영 전반을 맡겨도 괜찮겠지요. 그 때가 부트캠프가 비로소 자리를 잡은 상태인 것이구요. 하지만 역시 올해 처음하는 프로그램이라서 저의 기획 의도가 제대로 녹아들려면 어쩔 수 없이 제가 운영해야 한다는 거를 깨달았어요.
부트캠프 선택과정 1회차가 끝나고서는 그동안 부트캠프 공통과정과 선택과정에 관한 "반성회"를 진행했습니다. 반성회라고 이름을 지어서 뭔가 잘못했나 싶긴 한데 뭘 잘했고, 뭐가 아쉬웠고 하는 그냥 그렇게 되돌아보는 시간이에요. (뭔가 다른 그룹에서도 많이 있을 법한 general한 프로세스라서 뭔가 이미 다들 이 절차를 부르는 이름이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모르겠어서 그냥 반성회라고 지었습니다... ㅋㅋㅋ)
반성회는 MT끝나고서 '다음번에 진행할 MT를 위해 이번에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남겨두자'라는 의미에서 처음 시작했던 활동이에요.
notion페이지에 다같이 모여서 항목 나눠두고 브레인스토밍하듯 말 없이 아쉬웠던 점을 마구 적고나서 하나씩 빠르게 짚어보고 마무리하면 생각보다 얼마 안 걸리더라구요. 한 시간 정도 걸렸는데 MT전반에 걸친 거의 모든 아쉬웠던 점들을 남겨둘 수 있었으니 꽤나 좋은 방식이었어요.
그래서 부트캠프도 남은 선택과정과 최마진을 더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서, 그리고 내년의 부트캠프를 위해서 반성회를 진행했어요.
부트캠프 반성회에서 나왔던 내용들 중 좀 특이했다 싶었던 것들을 적어볼게요.
- 공통과정에서 가르친 것중에 선택과정에서 안 쓰인 게 너무 많았어요.
- 이건 공통과정 진행하던 시기까지 선택과정 커리큘럼이 확정이 안 났어서 발생한 문제에요. 내년에 진행할 때는 훨씬 개선될 수 있을 거에요.
- 선택과정에도 TA(조교)가 필요하겠더라구요.
- 멘토가 한 명 구해서 수업에 데리고 들어가던가 수업 듣는 친구중에 내용을 잘 아는 사람(어째선지 한명씩 꼭 있음)보고 TA를 시키기로 했어요.
- 멘토가 계속해서 모르는거 있으면 언제든 질문해주세요~ 계속 리마인더하기
- 애들이 질문을 안하길래 이런 내용을 적었었지만, 이런 권고 특: 절대 안 지켜짐. 2회차 선택과정때도 리마인더는 잘 안하더라구요 ㅋㅋ
- 동아리 회장을 하면서 절실히 느끼는 건데, 이런 사소한 행동은 저런 권고로는 절대 바꿀 수 없습니다. 관련된 규율을 만들면 지켜질 수도 있겠지만 규율을 제정함으로써 저러한 행동을 컨트롤하려는 거는 접근방식부터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이런게 정해지기 시작하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에요. 이는 곧 동기부여의 상실로 이어지고, 이러한 동기부여의 상실은 사람들에게 월급을 쥐어주는 것 외에는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동아리는 모든 활동의 동력원을 전적으로 동아리원 개개인의 동기부여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이건 동아리 입장에서 심각한 문제에요. 저는 이러한 생각 때문에 '프로젝트 미이수 시 제명'이라는 규율을 삭제했던 거고, 이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 어쩌면 이런 점에서는 직장인 팀장보다 동아리 회장이 더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직장인은 돈을 받으면서 본인의 개성을 죽여주지만 동아리원은 개성을 죽이도록 요구하면 본인이랑 안 맞는 동아리라고 판단해서 나가버리거든요. 그래서 동아리는 회사와는 다르게 지도자가 원하는 이상만을 향해 달려갈 수 없어요. 동아리의 활동은 각 구성원의 개성이 짙게 묻어나도록 관리해주어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바로 활동이 죽어버릴 거에요. 동아리의 이러한 특성과 더불어서 동아리는 매년 동아리원의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구성하는 사람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동아리의 활동은 매년 변화무쌍하게 달라집니다. 그게 정상이고 좋은 현상이에요. 동아리 활동을 어떻게 더 개선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면서 동아리원들의 성격에 맞지 않는 활동은 과감히 버리거나 새롭게 개편해야해요. 만약 새로운 활동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매년 똑같은 활동을 반복하는 동아리가 있다면 그 동아리는 아픈 동아리에요(경험담입니다...ㅎ).
- (그렇다고 동아리원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 동아리원들한테 자유롭게 하고싶은거 하세요~ 한다면...??? 될리가 없죠 ㅋㅋㅋㅋㅋ 아무 일도 진행되지 않을 거에요. 누군가 일을 총대 메서 굴려주질 않으니까요. 동아리는 이런게 정말 재밌는 것 같아요 ㅋㅋㅋ.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겪게되는 이런 교묘하고 섬세한 줄타기는 직접 조율해보면서 경험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어요. 사람들의 개성을 살리면서 활동을 이끌어나가는 경험을 해보고 싶으시다면 동아리 회장이 제격이에요.)
- 팀원들의 행동을 바꾸는 거는 뭐랄까... 전체적인 상황들이 맞아 떨어져야 이뤄낼 수 있는 좀 섬세한 영역에 속해요. 부트캠프를 진행해본 것도 동아리원 개개인들이 겪을 상황에 부트캠프와 최마진이라는 변주를 주면 사람들의 참여율이 얼마나 늘어날지 지켜보려는 시도중에 하나구요.
- 어떤 일을 수행할 때 사소한 디테일까지 요구된다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여태 알아낸 확실한 방법은 딱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처음부터 그런 디테일을 충족하는 사람에게 해당 일을 맡기는 것이고, 둘째는 회장이 직접 먼저 일을 해보이면서 '이 일은 이렇게 하면 돼'를 학습시켜주는 것입니다. 첫번째 방법은 사람을 보는 정확한 안목을 필요로 합니다. 사람들의 사소한 행동까지도 캐치해가면서 어떠한 사람일지 계속해서 분석을 해야만 해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되죠(사람을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는건 회장이고 뭐고 다 떠나서 원래부터 그러면 안되는 거긴 하죠 ㅋㅋ. 사람이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데요. 사람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는 믿음은 곧 자만으로 이어져요.). 그런데 동아리 입장에서는 가져다가 쓸 수 있는 인력 풀이 매우 한정돼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든 방법이에요. 그래서 저는 요즘까지도 울며 겨자먹기로 두번째 방법을 선택하고 있어요. 제가 10만큼 노력했을 때 사람들이 한 7정도 따라와준다고 느껴지면 성공입니다(그 사람들도 제가 모르는 면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을 거거든요.). 부트캠프를 운영해야하는 기초부장의 일도 제가 이번에 보여줬으니 내년에는 누군가 모방해서 할 수 있겠고, 해킹팀을 운영하면서 매일 10시간씩 모여서 해킹 공부하는 방학 집중 스터디를 진행하고있는데, 이것도 저부터 매일매일 참여해가면서 팀원들 불러모으기를 한 달정도 하니까 드디어 자리를 잡았는지 알아서 모여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감동 ㅠㅠ). 지금 하고있는 회장 일도 내년이면 부회장에게 전달해주어야하기 때문에 제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을 부회장 친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너무 과부하돼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조절하면서요. 필요성이나 흥미를 못 느낀 이야기를 아무리 해봤자 어차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테니까요. 사람이면 당연한 거에요.
- 백엔드 커리큘럼이 겁나게 어려웠어요.
- 백엔드 커리큘럼 보시면 정말 헛웃음 나올 겁니다.
- week1
- Backend & API
- Networking & Protocols (HTTP(S))
- REST, JSON APIs
- Relational Databases (SQL, Relationships)
- ORMs
- Documentation & Clean Coding
- Testing Introduction (Pytest)
- week2
- DevOps & CI/CD
- Linux Review
- Containerization & Virtualization (Docker, Docker Compose)
- Databases in Production (Migrations)
- Networking & Protocols (TCP/IP, SSH, HTTP(S), DNS)
- Web Server (Nginx)
- Cloud Computing Introduction (AWS)
- week1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저게 1주일에 2시간씩 2주간 진행한 수업의 내용이에요.
-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커리큘럼이었고, 선택과정 진행하기 전부터 커리큘럼이 나왔었기 때문에 수정할 여유가 충분히 있었지만 제가 저렇게 그대로 유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 왜냐하면 저런 난이도로 수업을 진행했을 때의 결과가 궁금했기 때문이에요. 부트캠프라는 프로그램이 이번에 처음 진행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수업 난이도를 다양하게 세팅해서 각각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었어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혹시 저 괴랄한 커리큘럼을 전부 견뎌낸 겁나 강인한 뉴비들이 최마진을 씹어먹고 우리 동아리 활동을 캐리해주게 될지 정말 모르는 일이었어요. 실험적으로 꼭 시도해봐야하는 절차라고 생각했습니다.
- 결과적으로 백엔드 선택과정을 30명 넘게 거쳐갔음에도 최마진 때 백엔드는 1명밖에 안 남긴 했습니다. (1명 남아있는 그 친구도 참 대단해요 ㅋㅋㅋㅋ. 잘 키워줘야겠어요.)
- 이런 괴랄한 난이도로 한번 진행됐고 결과도 반성회 기록에 남았기 때문에, 이후에 진행될 부트캠프에서는 난이도 조절에 좀 더 신경쓸 수 있게 될겁니다.
- 백엔드 커리큘럼 보시면 정말 헛웃음 나올 겁니다.
- 원래 과제 이수 여부에 따라 뭔가 차이를 둘 생각이었는데 그럴 수 없었어요.
- 애초에 둘 차이가 없었어요. 선택과정 1회차를 미이수했다는 이유로 2회차를 못 듣게 하는 것도 참 웃긴 일이었고, 애초에 그렇게 사람들에게 벽을 세우기 시작하면 손해보는 쪽은 우리에요.
- 과제 이수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멘토가 갈려나가야 하는 작업이에요. 그러한 작업을 거쳤을 때 리턴이 적다고 판단했어요. 그냥 멘토가 애들 과제 어떻게 했나 궁금하면 스윽 보고서 다음 수업 준비할 때 참고하면 되는 일이었죠.
- 트랙마다 내용이 너무 달라서 과제가 있는 수업도 있고 없는 수업도 있었어요. 과제 이수여부에 따른 차이를 두기 시작하면 과제 난이도를 매주 멘토들이 계속 조율해가면서 준비해야 하는데, 이러면 수업 준비의 자율성이 너무 떨어집니다. 멘토는 안 그래도 바쁜 사람들 데려다가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업 준비 이외의 불필요한 로드는 최대한 덜어주는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최마진 준비하기
부트캠프의 꽃은 최마진입니다. 부트캠프의 마지막에 각자의 결과물을 완성하는 경험을 주기 위한 대회니까요.
선택과정 1회차가 끝나고 중간고사 기간을 거치며 선택과정 2회차를 기다리는 시점에 최마진에 관련된 디테일한 것들을 기획하였습니다. 현대모비스를 후원사로 끼고서 진행했기 때문에 물품들을 현대모비스를 통해 구매하려면 이 시점에 최마진 기획이 확정돼있어야 하겠더라구요.
이번 최마진 마감열차 기획은 부트캠프를 기획할 때와는 다르게 저 혼자서 머리싸매고 기획하고서 간부진의 컨펌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해보았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 시험기간이라서 회의를 소집하기 미안했어요... ㅎㅎ
- 후원사를 적극 활용하려면 최대한 빨리 최마진의 기획이 나와야만 했습니다.
- (가장 중요) 기획이라는 업무를 혼자할 때와 간부진이랑 스케쥴 맞춰서 미팅을 진행하면서 할 때의 능률 차이를 보고싶었습니다.
- 뭐가 더 빠르고 완성도있을지 궁금했어요.
- 만약 완성도가 비슷하다고 했을 때, 제가 혼자 하는 게 더 빠르거나 걸리는 시간이 비슷하다면, 기획은 혼자서 진행하는 편이 더 나은 것이겠죠.
- 학창시절때부터 무슨 일이든 함께 결정하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인지 계속해서 습관적으로 동아리차원에서 진행할 일이 있으면 회의를 소집하게 되더라구요. 이게 과연 능률적인지에 대해 의심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더 정확하게는,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게 더 효율적인지 스스로 고민해볼 기회가 없었죠.). 그러다가 부트캠프를 기획하면서 별 생각없이 간부진 회의를 소집했었는데, 막상 안건들을 하나씩 짚어보니 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였고 간부진들이랑 주고받을 이야기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기껏 바쁜 사람들을 모아놓고서 저 혼자 이건 이렇게 합시다 반복하다가 끝났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모여야하는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고, 최마진 기획을 저 혼자서 진행해보는 선택을 하였습니다. 당시 제 입장에서는 나름 과감한 선택이었어요.
- 결과적으로는 저 혼자 하는 편이 압도적으로 빨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식으로 흘러가야할지는 원래부터 제 머릿속에 있었어요. 저는 그걸 구체화시킬 뿐이었죠.
- 부트캠프와 최마진 모두 기획이 비어있는 점이 거의 없었단 점에서 기획의 완성도는 비슷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얼마나 훌륭한 활동이냐는 쉽게 판단할 수 없으니까요.
- 그래서 이 일을 계기로 간부진 전체 회의는 거의 안 하게 됐습니다. 일처리 과정에 우리 전체의 노동력이 들어가야할 일은 거의 없었어요. 명시적으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하는 안건이 아니고서야 말이에요. 일례로, 현재 2학기에 신입부원 모집을 위한 준비를 하고있는데요, 작년같았으면 온라인 회의를 소집해서 일정부터 계획하고 역할을 분담하고 다같이 매달려서 지원서를 만들었겠지만, 올해는 제가 각자 업무 분담을 시키고 있습니다. 모집 일정은 동아리활동의 전체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하는 부회장이 먼저 정해서 보내도록 하고 결과물에 관한 피드백을 해주고, 지원서는 명단과 기록을 관리해야하는 서기에게 시키고, 포스터는 디자인부장에게 시키고. 이런 식이에요. 굳이 모든 일에 모두가 메달릴 필요가 없었어요.
- '이러면 나중에 간부진 내에서 반발이 생기는 거 아닌가?'할 수도 있는데 기획안을 완성하고서 간부진의 컨펌을 받기 때문에 괜찮아요. 제가 놓친 부분이 있다면 간부진이 지적해주고, 저는 그걸 다시 반영해서 수정만 하면 돼요. 모두의 의견을 받는 것을 변하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방법을 찾았을 뿐이에요.
- 근데 사실 요즘 좀 전체회의를 과하게 안 하는 것 같기도 해서 이러한 방식은 나중가면 또 바뀔 것 같긴 합니다 ㅋㅋㅋ. 나중에 더 적절한 균형을 찾을거라고 한 번 예상해봅니다. 아마 그 때는 제가 많은 사람의 의견이 모여야하는 사안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을 얻은 상태이겠죠. 계속해서 고민하고 실험해보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최마진 기획을 일찍 한 덕분에 최마진 직전에 진행하는 선택심화과정의 내용 준비 매뉴얼도 마련할 수 있었어요.
원래 선택심화과정은 단순히 더 심화된 내용을 배우는 기간으로서 마련을 했던 건데, 수강생들을 최마진에 대비시키려면 더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하겠더라구요. 각자 주제를 정하는 것을 도와주고 시작점도 잡아주는 식으로요.
최마진 마감열차
부트캠프의 꽃은 최마진이고, 그 최마진의 꽃은 '최마진 마감열차'에요. 마지막날 진행하는 그 해커톤이요.
최마진 마감열차를 준비할 때 가장 걱정이 됐던 것은 "과연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였습니다. 행사를 준비했을 때 사람들이 안 오면 말짱 꽝이잖아요. 근데 이런 고민을 했던 실질적인 이유는 이래요.
- 사람들이 얼마나 올지 견적이 잡혀야 행사의 예산을 짤 수 있어요.
- 근데 최마진을 진행한 전례가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얼마나 올지 알려면 홍보를 하고 수요조사를 해야해요.
- 근데?? 홍보를 하려면 행사의 기획이 정해져있어야 해요.
- 근데??? 예산에 따라서 행사의 기획이 달라져요.
- 근데??? 사람들이 얼마나 올 지를 알아야 행사의 예산을 짤 수 있어요.
이런 무한 굴레에 빠져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하더라구요.
물론 기획상 미정인 부분은 생략한 채 홍보를 하는게 정석이긴 한데, 당시에는 잘 몰랐어요. 고민하다가 결국 이렇게 진행했고 그때 깨달았던 거에요. 근데 당시에 이걸 좀 더 심각하게 고민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 사람들이 얼마나 오냐에 따라 식사 메뉴가 달라져요.
- 식사 메뉴는 사람들을 유인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요소에요. 우린 배고픈 대학생이니까요.
- 기획하는 과정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개발자는 공짜 밥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행사에 사람들을 많이 모으려면 공짜 밥은 반드시 필요해요.
따라서 홍보 과정에서 사람들을 많이 모으려면 식사 메뉴가 정해져 있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식사 메뉴부터 정하고서 행사 홍보를 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는데, 차마 그럴 수 없더라구요. 예산에는 한계가 있고, 미리 메뉴를 확정지어놓으면 인원이 몰릴 경우에 메뉴 조정이 불가능하니까요.
결국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공지를 했습니다. 최마진을 홍보하면서 같이 마감열차 수요조사를 진행했어요.
아, 최마진은 분명 학기 초에는 부트캠프의 마무리로 진행하는 행사로 기획됐었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 대상으로까지 홍보를 한 이유는, 최마진은 동아리의 예산으로 진행하는 행사이기 때문이에요. 모든 회원이 공평하게 회비를 냈으므로 이런 동아리 차원의 거대한 행사는 모두가 다같이 즐기는 편이 옳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마감열차에서 공짜 밥을 줄 예정이었기 때문에, 공짜 밥을 차별해서 주는 못 돼먹은 행위는 할 수 없었어요.)
이렇게 홍보를 했는데도, 신청율이 저조하더군요. 한 자리 수였어요...
아마 우리 동아리에서 처음 진행하는 행사이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특이한 형태의 대회이다보니 대회에 관해 좀더 자세한 설명을 제공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홍보를 올린 뒤에 사람들이 저에게 질문했던 것들을 모아서 FAQ를 제공하였습니다.
그 결과 30명이 넘는 인원이 신청했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대회랑은 다르게 마감열차는 오프라인으로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진행하는 행사이다보니, 행사를 준비하면서 고려해야될 게 아주아주 많더라구요. 소규모의 사람이 모여서 활동할 때는 별거 아니었던 요소들이 많은사람들이 모일 때는 하나하나 해결해야될 문제가 돼요. 모일 공간 필요하고 밥도 줘야하고 쓰레기 버릴 곳도 마련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건 행사중 혼선이 빚어지지 않는 거에요. 그러려면 안내할 사항들을 미리 생각해두어야하고, 여러가지 동선과 행사 운영진의 역할 등을 미리 다 생각해두어야 해요. 마감열차 운영진의 역할별 매뉴얼은 제가 적어서 행사 전날 공유하였습니다.
그렇게 행사 당일이 됐고 최마진이라는 해커톤(스러운) 행사를 무사히 진행하였습니다.
하루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어요.
근데 이걸로 끝이 아니죠. 심사위원끼리 평가를 하고 시상을 해야해요. 시상식이 예정돼있는 종강총회 전까지요.
근데 우리는 종강총회날 수상자들에게 밥을 사주기로 했단말이죠? 종강총회가 저녁에 진행되는 바람에 시간이 밥 시간이 애매해서 전날부터 수상자들과 저녁 약속을 잡아야했어요. 그래서 사실상 종강총회 전전날까지 평가를 끝내야 했습니다. 최마진이 마감하고 이틀간의 시간이 있었어요.
시상은 최마진 기획서에 다음과 같이 기획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각자 마음에 드는 결과물에 상을 주세요"방식으로 했습니다.
규칙을 엄격하게 따지는 분들은 소스라치게 놀라실 수도 있는데, 이렇게 진행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애초부터 최마진은 경쟁을 위한 대회가 아니었습니다. 동아리원들에게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완성해보는 경험을 주기위한, 학습을 위한 대회였어요. 때문에 멘토들도 자유롭게 참가자들을 도와주며 각자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었습니다.
- 최마진의 실제 목적은 심사위원 마음에 드는 사람을 각자 팀으로 데려가는 것이었어요. 상을 준 사람을 데려가는 것으로 기획했으니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만든 사람에게 상주기"는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평가기준이었죠.
- 규칙을 정할 때는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게 있어요. "이 규칙이 생겼을 때 추가될 업무량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입니다. 이걸 고려하지 않으면 유명무실한 규칙에 얽매여 아무 일도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거에요. 사람들이 만든 결과물을 평가하는 것은 엄격하고 공정하게 평가하려면 한없이 복잡하게 해야해요. 우리는 일개 동아리고, 그렇게 고심해서 수상자를 확정했을 때의 결과가 평가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채 시상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크게 더 나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같이 진행했습니다.
- 어쩌면 이게 제일 중요할텐데, 심사위원이 다 믿을만한 사람이었어요. 다들 새로운 인력 수급에 목말랐던 것을 제가 알고 있었으니까요. 결과물을 보지 않은 채 친한 사람에게 상을 줄 상황이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렇게 수상자를 확정하고 시상식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최마진을 통해 선별된 동아리원들과 함께 회식도 했답니다.
그 이후
부트캠프와 최마진을 진행한 이후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 해킹팀에 새내기 4명이 신규 인원으로 수급되었습니다.
- 부트캠프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최마진에 온 사람도 포함이에요. 대회 형식으로 진행했다보니 숨어있던 은둔 고수도 찾아낼 수 있더라구요 ㅋㅋ. 행복합니다.
- 방학동안 6명의 신규 서비스 개발자들을 위한 개발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게임개발팀에 8명의 새내기 개발자가 들어왔습니다. 초 호황을 맞이했어요.
- 간부진도 새내기와 헌내기 비율이 1대1이 됐어요. 젊은 피를 많이 수급했습니다.
작년도 새내기 잔류율이 5명 내외였던 것에 비하면 아주 압도적으로 결과가 좋아요.
참고로 위에 적힌 사람들 중 간부진 이야기 제외하면 서로 exclusive합니다. 겹치는 사람이 없어요.
후기와 이후 계획
저는 원래 작년 2학기 까지만 해도 정해진 업무만 처리하는 평범한 동아리 회장이었어요.
근데 그러다가 우연히 다른 열심히 활동하는 동아리에 찾아가서 현장에서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엄청난 자극을 받게 되더라고요. 세상에 이런 대단한 사람들도 실존하는구나 싶었어요.
현장 답사라는 거는 초등학교, 중학교때나 모둠과제로 나와서 했었지, 자의적으로 직접 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직접 SPARCS에 찾아가본 결과,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보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인터넷에서 자료 찾아보면서 참고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더라구요.
다양한 장소에 직접 가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구나. 세이프존을 벗어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헥사는 원래 외부로부터 고립돼있는 동아리였는데, 이번학기부터 타대 IT 동아리와 교류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어요.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 세상이 넓어지는 기분이에요. 그런 이유로 제가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데에 재미를 붙여가지고, 당분간은 다른 동아리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닐 것 같습니다 ㅋㅋ. (동아리원들을 위한 좋은 자극제가 되기도 하구요!)
그리고 사실 한 학기에 진행한 일이 여기에 적은 게 전부가 아니에요. 서비스 운영팀을 프로젝트로부터 분리해서 특별 관리를 시작했고, HeXA 자체 SSO 개발도 추진했었고, 해킹팀도 별개의 팀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었거든요. 여러가지 동아리 내의 구조 변화를 시도하면서 정말 정신없는 한 학기였습니다. (이것들도 진행하면서 배운 게 많습니다. 하나씩 끝나는 대로 지금처럼 후기를 적어볼게요.)
암튼 이후 계획은 이래요
- 서비스 개발팀 분리 운영
- 신규 팀원 온보딩 및 인수인계가 자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해요.
- 토이 프로젝트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체계적인 개발 사이클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기존에는 단지 '토이 프로젝트 1'이었던 서비스 개발팀, 게임 개발팀, 해킹팀을 분리된 팀으로서 운영할 겁니다.
- 이를 진행하는 이유는 '분산돼있었던 인력과 담당자의 책임을 적절한 곳에 집중시키면 각 분야별로 원활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검증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기존처럼 자율 토이 프로젝트로 방생해두는 것보다는 잘 굴러갈 거라고 생각해요.
- CTF가 아닌 해킹 대회 개최
- 단순 공모전 형태의 오프라인 대회를 개최해보았으니, 이제 테크니컬한 요소가 필요한 대회를 진행해보고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 마침 좋은 기회가 있어서 새롭게 해킹 대회를 기획하고 있어요.
- 다만 CTF의 형태는 아닐거에요. 왜냐하면 CTF가 아닌 형태의 해킹 대회의 필요성을 최근에 절감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원래 CTF가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서 해킹을 접었었어요. 근데 최근에 레드라쿤의 모의침투 대회에 참가하고서 "와 해킹에 이런 분야가 있었다고?"하면서 재미를 붙였어요. 그걸 계기로 다시 해킹 분야에 발을 들였구요. 해킹에 CTF대회밖에 없는 현재 국내 상황은 마치 뉴비 절단기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형태의 대회를 국내에서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 지금은 관련해서 지식이 좀 부족한 것 같아서 핵더박스의 CPTS 커리큘럼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거 꿀잼이에요.
여기까지가 다음 한 학기동안의 계획이고, 그 뒤로는... 글쎄요 ㅋㅋㅋ. 열심히 살다보면 그때 또 재밌는 컨텐츠가 나오지 않을까요?